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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부열의 선물

띠지에 적힌 설명처럼 이 책은 장애인 아티스트, 그러니까 자폐 2급인 한부열 작가의 그림책이다. 자폐는 말 그대로 자신을 닫아걸고 세상과 소통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상태일 뿐 정작 본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과, 혹은 세상 어떤 존재와 어떻게든 소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부열 작가는 이런 특별한 소통 방식에 대한 힌트를 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것 같다.

‘한부열의 선물’은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번 죽 훑어보니 보통 그림책 읽는 법에 익숙한 눈으로 보자면 그 선물은 확실하지가 않다. ‘작은 친구들의 선물’이라는 단서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그 작은 친구들은 누구일까? 처음으로 되돌아가본다. 그들은‘별빛 초롱초롱한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곤충들이다.

실을 뽑아 폭신한 그물을 짜는 거미, 콩콩 뛰어 예쁜 점을 만들어내는 무당벌레, 반짝반짝 단추를 만들어내는 반딧불이, 사락사락 꽃가루를 내려주는 나비. 다시 엄마가 선물을 받는 장면으로 가보니, 아, 엄마는 이미 그 선물과 하나가 되어 있다. 거미의 그물은 엄마의 옷이고, 무당벌레의 점은 엄마 옷의 무늬이고, 반딧불이의 단추는 엄마 옷의 단추이다. 나비의 꽃가루는 꼭 안은 엄마와 부열이 주위에서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이 간단한 이야기는 물론 한부열 창작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해 만들어낸 스토리를 ‘작가 커뮤니케이터’인 엄마가 전해주었고 그가 그림을 그려냄으로써 프로젝트 팀과의 소통에 성공한 것이다. 30센티 자를 가지고 수정하는 법 없이 단번에 완성한다는 그의 그림은 직선과 곡선의 혼합이 묘한 리듬감을 만든다.

원색의 침착하면서 활달한 사용이 강력한 활기를 부여한다. 무엇보다도 무당벌레, 나비, 거미, 반딧불이 같은 곤충들의 생기 넘치는 풍부한 표정이 작가가 이 작은 생명체들과는 충분히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프로젝트가 계속되면 한부열 작가의 내면은 더 넓게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웃는 곤충에 비해 사람은 무표정해 보이지만, 이제 웃는 사람의 얼굴도 그리게 되지 않을까?

박규도 기자  pkd@mn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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